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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7일 08:21 작성글

 

고양이를 키운다니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이미 세 아이가 있는 저에게 애완동물까지 있다면, 그건 안될 일이었죠.

그러다 아주 운명처럼 반짝이가 우리 집에 왔어요. 주말농장에서 만난 아이, 저희 부부는 열심히 일하고 있고 애들은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데, 그런 줄말 알고 있었는데 집에 가려고 보니 큰 아이 품에 작은 고양이가 있는 거예요!!

 

안녕하세요. 반짝이예요~

 

지나가던 어느 할아버지가 너 키우려면 키워라 하고 두고 갔다는데 얼마다 황당하던지. 고양이 상태가 이미 내일이면 안녕하고 지구 떠날 것 같았거든요. 눈엔 고름투성이에 못 먹어서 몸은 한주먹도 안되고 딱 영혼만 가지고 있는 무게 정도. 애들 앞에서 생명이 소중하다 어쩌고 저쩌고 했어도 지금 이 고양이를 놔두고 오면 생명, 사랑 소중하다.. 이런 거 말로만 하는 거짓부렁이 부모 되는 거 한 순간이 상황이었어요. 데려가는 순간 이 고양이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데 어쩌나 싶은..

 

 

 

안구 적출을 해야 한다고???

 

그래서 병원 가서 눈부터 치료해 준 후에 데리고 있을 건지 결정하자 싶어 일단 데리고 왔죠. 바로 병원으로 데려갔는데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릴 하시대요. 안구 적출을 해야 한다고.. 저희의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구호단체 카라나 시청에 전화를 해보시라고. 전화하면 바로 데려가나요? 고쳐주나요? 일주일은 걸린다더군요.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죽는다는데, 그게 구호인가요? 싶은. 평소 관심 없던 동물들에게 지구상에 같이 사는 생명체로써 미안했습니다. 

 

동물병원 진료실, 저녁진료 잠옷입고 따라온 녀석

 

고양이가.. 아주 작은 야옹이가.. 엉망인 눈으로 쳐다봅니다. 우리를 봐요. 

 

수술 비용도 만만치 않고 앞으로 키울 건지도 정확하지 않다고 병원에서 임시로 약을 줄 테니 이틀 정도 고민해 보라고. 일단은 약만 처방받고 집에 데려왔습니다. 박스에 이불 깔고 눕혀놓았는데 아이들 목소리에 고양이가 움직여요. 얼굴 들고 엉망인 눈으로 쳐다봅니다. 우리를 봐요. 그래 우리 집에서 살자 살자. 살아보자. 너는 우리 집이 선물, 우리 식구는 한 생명 살리는 평생의 소중한 경험할 수 있어 우리도 선물.

 

수술한 다음날, 살아보자. 살아보자.

 

병원도 무섭지 않아~ 형아가 있고, 구경도 하고~ 어느새 병원을 자유롭게 다녀요

 

네 이름은?

그리고 우리 다섯 식구, 집단지성의 힘으로 브레인스토밍 합니다. 

별이? 빛이? 하다가 반짝반짝 보라고 반짝이??!!!! 

그렇게 우리 집에 온 고양이는 반짝이가 되었고 저희 막내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저 빼고는 모두들 고양이를 아주 예뻐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아파서 온 아이라 그런지 애교 따위도 필요 없고요,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입니다. 그래서인지 집 반경을 넓혀가며 조금씩만 다녀도 온 식구가 난리 납니다. 궁금한가 봐~ 문 열어줘 다 열어놔~ 반짝이 편하게 다니게 ㅋ

 

수술하고 집에서
이반짝, 10월26일 다시 생긴 생일, 우리집 막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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